📌 신소재 개발의 혁신, 소재 온톨로지가 왜 필요할까요? 데이터 사일로를 극복하고 AI에게 소재의 언어를 가르쳐 지능형 지식 그래프를 구축하는 기초 원리와 상호운용성의 중요성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재 인공지능(AI)과 데이터의 부상에 따라, 전 세계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신소재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필요한 데이터 생산을 위하여 무수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점차 이러한 데이터들이 쌓여져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실은, 우리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쓸 만한 지식을 갈구하고 있는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데이터들이 서로 대화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동 포스트에서는 소재 데이터에 지능을 부여하는 첫 단추, 소재 온톨로지(Materials Ontology)의 기초를 간략하게 살펴 보고 그 필요성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표준화(Standardization)를 넘어 온톨로지(Ontology)로
흔히 데이터 표준화라고 하면,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이상, 엑셀 파일의 열 이름을 맞추거나 단위(Unit)를 통일하는 것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이는 데이터 통합의 기초로서 필요하며 표준화의 기초 미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데이터 기반의 소재 연구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표준화의 과정을 수반해야 합니다.
현재 소재 분야의 표준화는 주로 용어의 통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소재 분야는 다루는 원소와 공정, 물성의 종류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용어의 표준화는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일한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데이터 항목을 부르는 명칭은 다음과 같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재의 합성 과정에 쓰이는 열처리 공정 중의 온도 항목에 대해서 어떤 연구자는, ‘Annealing Temp’, 그리고 다른 연구자는 ‘Heat Treatment Temp’, 혹은 단순히 ‘Temp’라고 기록하는 등 이는 연구자마다 표현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파편화된 용어들을 하나로 모으는 ‘용어의 표준화’는 실제 연구 현장의 데이터 통합을 위하여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해석하고 추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모양을 맞추는 표준화를 넘어 그 데이터가 담고 있는 의미와 맥락을 설명해 주는 단계로 진입해야 합니다.
- 용어 중심의 표준화: A 장비의 ‘Temp’와 B 장비의 ‘Temperature’는 하나의 용어로 통일하고, 단위 역시 ‘℃’로 통일한다.”
- 온톨로지에서 표현되는 관계 정의의 필요성: ‘온도’는 ‘열처리 공정’이라는 행위의 ‘속성’이며, 이는 결정 구조의 ‘상전이’를 유도하여 최종적인 ‘강도(물성)’를 변화시키는 인과관계를 가진다.
온톨로지란, 본래 철학에서 존재의 본질을 연구하는 존재론으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 이를 현대의 정보과학에 접목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과 개념들의 관계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 체계로 정의한 설계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를 비롯하여 데이터를 중요하게 취급하는 다양한 분야들 중에서도, 소재 분야 온톨로지 도입의 무게감은 단순히 용어를 통일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간의 의미론적 연결(Semantic Link)을 구축한다는 점에 있어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표준화가 “무엇을 기록할까?”에 집중한다면, 온톨로지는 “이 데이터가 다른 데이터와 어떤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컴퓨터, 즉 인공지능에게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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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론적 연결(Semantic Link): 데이터 간의 관계에 ‘논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리튬’과 ‘배터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리튬(소재)은 배터리(제품)의 양극재(부품)를 구성하는 핵심 원소(구성 요소)이다”라는 계층과 역할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왜 지금 소재 온톨로지가 필요한가? – 데이터 사일로의 한계
현재 많은 기업과 연구소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일로란 본래 곡물을 저장하는 높은 원통형 창고를 의미합니다. 내부의 곡물은 가득 차 있지만, 옆 창고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섞이지 않는 구조입니다. 소재 연구 현장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연구 부서마다, 실험실마다, 심지어는 개별 실험 장비마다 데이터가 고립되어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데이터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의 심각한 결여를 초래합니다. 상호운용성이란 서로 다른 시스템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추가적인 가공 없이도 그 의미를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 전문 용어 도우미
-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서로 다른 연구 기관이나 기업의 시스템이 데이터를 단순히 주고받는 것을 넘어, 별도의 해석이나 가공 없이도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FAIR (Findable, Accessible, Interoperable, Repurposable) data principle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실제 연구 시나리오를 가정해 봅시다. 실험실 A에서는 전극 코팅 공정의 변수(슬러리 점도, 코팅 속도 등)를 정밀하게 기록했고, 실험실 B에서는 동일한 전극을 사용한 배터리의 장기 수명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연구자는 이 두 데이터를 통합하여 ‘공정 조건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AI로 분석하고 싶어 합니다.하지만 각 실험실이 정의한 용어의 체계와 데이터의 맥락이 다르면 AI는 난관에 봉착합니다. AI에게 이 두 데이터는 ‘연결된 지식’이 아니라, 의미를 알 수 없는 ‘서로 다른 숫자 뭉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구자는 AI 모델을 돌려보기도 전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고 용어를 맞추며 누락된 맥락을 채워 넣는 데이터 전처리(Data Cleaning) 작업에 전체 연구 시간의 80% 이상을 허비하게 됩니다. 이는 AI 도입의 본래 목적인 ‘연구 속도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소재 데이터에 온톨로지를 도입한다는 것은 바로 이 사일로 사이의 벽을 허물고, 데이터에 ‘공용어’와 ‘지능’을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온톨로지를 통해 데이터 간의 관계가 논리적으로 정의되면, AI는 비로소 사람이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데이터 속에 숨겨진 지식의 맥락을 스스로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온톨로지 기반의 시스템에서 AI는 다음과 같은 고차원적인 논리 추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셋을 분석해 보니, A 원소는 특정 결정 구조 내에서 B 원소와 결합할 때 격자 상수를 안정화하는구나. 따라서 이 조합은 고온 환경에서 열적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온톨로지는 단순한 데이터 통합을 넘어, AI가 소재 과학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발견을 제안할 수 있는 ‘지식의 가교’ 역할을 수행합니다.
AI에게 소재의 ‘언어’를 가르치는 설계도
“AI가 소재를 이해하게 하려면, 먼저 소재의 언어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온톨로지의 본질입니다. 향후 연재를 통해 다양한 사례와 최신 동향을 소개하겠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는 흐름은 단연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방식의 접근입니다. 소재 온톨로지는 소재 과학의 방대한 지식 체계를 AI가 스스로 탐색하고 추론할 수 있는 지식 그래프 형태로 변환하는 견고한 기반이 됩니다.
단순한 텍스트나 수치 뭉치를 지능형 지식 그래프로 만들기 위해, 온톨로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설계합니다.
- 개념(Concept) 정의: ‘결정 구조’, ‘전도도’, ‘소결 온도’ 등 소재 도메인에서 사용하는 핵심 용어들을 명확히 정의합니다. 이는 지식 그래프에서 하나의 ‘노드(Node)’가 됩니다.
- 관계(Relation) 설정: “A는 B의 하위 개념이다(Is-a)”, “C 공정은 D 물성의 원인이다(Causes)” 등 개념 간의 논리적 연결 고리를 만듭니다. 이는 그래프의 ‘엣지(Edge)’ 역할을 하며 AI에게 인과관계를 가르칩니다.
- 속성(Property) 부여: 각 개념이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값의 범위, 단위, 혹은 메타데이터를 설정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정밀도와 신뢰성을 확보합니다.
이렇게 구축된 온톨로지는 소재 데이터에 ‘지능’을 부여하는 신경망의 뼈대가 됩니다. 잘 짜인 온톨로지 위에서 비로소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을 넘어, 스스로의 위치와 가치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지식으로 거듭납니다.
💡 온톨로지 기술 용어 가이드
온톨로지를 실제 데이터 모델로 구현할 때는 표준화된 기술 용어(주로 OWL, RDF 규격)를 사용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개념들은 기술적으로 다음과 대응됩니다.
- 클래스(Class) = 개념(Concept): 사물들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예: ‘금속’, ‘세라믹’은 각각의 클래스입니다.)
- 객체 속성(Object Property) = 관계(Relation): 클래스와 클래스 사이의 관계를 정의합니다. (예: ‘양극재’는 ‘리튬’을 [포함한다])
- 데이터 속성(Datatype Property) = 속성(Property): 클래스가 가지는 구체적인 데이터 값을 정의합니다. (예: ‘밀도’는 [실수형(Float)] 값을 가진다.)
- 인스턴스(Instance) / 개체(Individual): 클래스에 속하는 실제 구체적인 데이터 하나하나를 의미합니다. (예: ‘NCM811’은 ‘양극재’ 클래스의 한 인스턴스입니다.)
맺음말: 소재 온톨로지, 그 이상의 철학에 대하여
소재 분야를 비롯해서 온톨로지는 단순히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명확하게 정리하여주는 도구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천 년간 실험과 실패를 경험하여 왔고, 그렇게 쌓아온 통찰력과 직관을 디지털 세계의 논리로 번역하는 인식론적 작업이되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소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정의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은 곧, 인공지능이 소재를 이해하는 방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온톨로지를 구축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구축한 지식 체계를 컴퓨터의 뇌에 이식하여 데이터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 이유와 맥락을 형성하게 하는 거대한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