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과학은 본질적으로 항상 데이터 기근의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수만 개의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이미지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 분야와 달리, 고순도의 소재 실험 데이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귀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딥러닝이 수만 개의 파라미터를 조정하며 정답을 찾아갈 때, 소재 과학자들은 단 수십 개의 샘플만으로 물리적 법칙을 관통하는 핵심 변수를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적은 데이터(Small Data)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잡한 물리·화학적 상관관계를 명확한 수식으로 도출해내는 기술적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압축 센싱(Compressed Sensing)과 이에 기반한 SISSO(Sure Independence Screening and Sparsifying Operator)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 산하 프리츠 하버 연구소(FHI)에서 의해 처음 개발된 이 기법은 모든 데이터를 전수 조사하는 대신, 물성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물리량은 소수라는 희소성(Sparsity)의 원리에 집중합니다. SISSO는 방대한 변수 후보군에서 상관관계가 높은 요소를 빠르게 필터링하는 SIS 단계와, 압축 센싱 알고리즘을 통해 가장 적은 수의 변수로 최적의 수식을 결정하는 SO 단계를 거쳐 소재의 물성을 지배하는 물리적 메커니즘을 규명합니다. 이러한 방법론은 단순히 예측값만을 제시하는 블랙박스형 AI를 넘어 연구자에게 해석 가능한 물리적 통찰을 제공하며 관련 논문을 통해 그 학술적 유효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Compressed Sensing: 소량의 정보로 전체를 재구성하는 수리적 해법
압축 센싱(Compressed Sensing)은 본래 신호 처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킨 개념으로, 신호가 희소성(Sparsity)을 가진다면 나이퀴스트-샤논(Nyquist-Shannon)의 샘플링 이론에서 규정하는 최소 측정 횟수보다 훨씬 적은 수의 데이터만으로도 원래의 정보를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다는 수리적 기교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정보의 양보다는 정보가 가진 구조적 특징에 집중할 때 훨씬 효율적인 데이터 재구성이 가능함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원리를 소재 과학에 대입하면, 소재의 복잡한 물성을 결정짓는 수만 가지의 후보 변수(Descriptor) 중 실제로 현상을 지배하는 핵심 변수는 단 몇 개에 불과하다는 강력한 가정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압축 센싱은 바로 이 소수의 핵심 변수를 효과적으로 추출하기 위해 고차원의 파라미터 공간을 정교하게 탐색하는 것을 의미하며, 수억 개의 변수 조합 중 오차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가장 단순한 수식 구조를 가진 모델을 선택하도록 도와줍니다. 복잡하게 얽힌 고차원 데이터를 본질을 꿰뚫는 저차원의 핵심 물리량으로 압축함으로써, 데이터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물리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강력한 수리적 나침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압축 센싱 기반의 접근은 전통적인 차원 축소 기법인 주성분 분석(PCA, Principal Component Analysis)과 뚜렷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PCA는 기존의 변수들을 선형 결합하여 데이터의 분산을 최대한 보존하는 새로운 가상의 축(Principal Components)들을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원래의 물리적 변수들이 복잡하게 뒤섞이기 때문에 도출된 결과가 실제 어떤 물리적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압축 센싱은 변수를 새로 생성하여 섞는 대신 수많은 실제 물리량 중 물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원본 변수 자체를 골라냅니다. 즉, PCA가 데이터의 형태를 유지하며 차원을 투영하는 방식이라면, 압축 센싱은 수조 개의 후보군 속에서 물리적 인과관계가 살아있는 핵심 변수만을 남기는 희소 선택(Sparse Selection)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인공지능이 제시한 결과값 뒤에 숨겨진 구체적인 물리적 변수와 그들 간의 수식 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단순한 통계적 예측을 넘어 실제 소재 설계에 적용 가능한 강력한 이론적 토대가 됩니다.
SISSO 기법: 소재의 유전자를 조합하여 유용한 수식을 설계하다
이러한 압축 센싱의 철학을 소재 탐색이라는 실전 영역에 완벽하게 최적화한 알고리즘이 바로 SISSO라고 할 수 있습니다. SISSO는 단순히 주어진 변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동적인 방식을 넘어, 기초적인 물리량들을 수학적으로 조합하여 최적의 서술자(Descriptor)를 스스로 설계해나가는 능동적인 메커니즘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크게 세 단계의 정교한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변수 생성(Feature Construction)입니다. 원자번호, 이온화 에너지, 격자 상수와 같이 실험이나 계산을 통해 얻은 기초 물리량들을 재료로 삼아 사칙연산, 지수, 로그, 삼각함수 등의 수학적 연산자를 체계적으로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수억 개에 달하는 복합 변수 후보군을 생성하는데, 이는 마치 소재의 복잡한 성질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의 조합을 만드는 과정과 같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SISSO는 단순히 수학적인 조합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허용되는 연산(Physical Consistency)만을 수행하도록 제어됩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단위를 가진 물리량끼리의 덧셈이나 뺄셈은 배제하고, 곱셈이나 나눗셈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의미 있는 물리량을 생성하는 식입니다. 구체적으로 원자 부피와 이온화 에너지를 더하는 ‘물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연산을 배제하고 물리적 개연성을 가진 서술자만을 구축해 나가도록 합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도출한 수식이 단순한 숫자 맞추기를 넘어, 실제 물리 법칙에 부합하는 타당성을 갖게 만드는 핵심 장치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SIS(Sure Independence Screening) 과정입니다. 생성된 수억 개의 후보 변수 중 타겟 물성(예: 밴드갭, 열전도도, 생성 에너지 등)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유망 후보들만을 선별해 나갑니다. 이는 방대한 탐색 공간에서 노이즈를 제거하고 유의미한 변수들로 범위를 좁히는 일종의 고성능 필터링 단계로, 뒤이어 오는 정밀 분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SO(Sparsifying Operator)입니다. 앞선 단계에서 걸러진 후보들을 대상으로 $L_0 또는 \L_1$ 정규화(Regularization) 기반의 압축 센싱 알고리즘을 적용합니다. 이 단계의 핵심은 최소한의 변수로 최대의 설명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오차를 최소화하면서도 가장 간결한 변수 조합을 찾아내어, 최종적으로 소재의 특성을 결정짓는 최적의 수식을 확정합니다. 이와 같이 SISSO는 복잡한 데이터 속에 숨겨진 핵심 물리 법칙을 한 줄의 명료한 수식으로 요약하여 연구자에게 전달합니다.
왜 SISSO인가?: Black Box가 아닌 White Box
오늘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딥러닝 모델은 복잡한 비선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예측 성능 면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모델 내부에서 어떠한 논리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이른바 블랙박스(Black Box) 특성을 가집니다. 수백만 개의 파라미터가 얽힌 신경망 구조에서는 특정 결과의 원인을 물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재 설계와 같은 학문적 분야에서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SISSO 기법은 인공지능의 연산 결과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수학적 형태(y=f(x)y = f(x)y=f(x))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화이트박스(White Box) 모델은 연구자에게 단순한 예측값 그 이상의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합니다. 모델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변수들과 그들 사이의 수식 관계를 살펴보면, 해당 소재의 물성을 지배하는 핵심 물리·화학적 메커니즘을 역으로 추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촉매의 활성도가 특정 원소의 전기음성도와 격자 상수의 조합으로 설명된다면, 연구자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 설계의 원리를 정립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접근은 인공지능을 단순한 계산 대행의 도구에 머물도록 하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 숨겨진 미지의 물리 법칙을 찾아내어 인간에게 제안하는 디지털 동료(Digital Collaborator)로 진화하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연구자는 AI가 도출한 수식을 통해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거나 수정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데이터 기반의 통찰과 전통적인 물리 이론이 결합된 진정한 의미의 소재 DX(디지털 전환)를 완성하는 길입니다.
결론: 데이터의 양보다 질, 그리고 알고리즘의 통찰력
소재 DX(디지털 전환)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쌓아 올리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재 과학의 특수성인 데이터 기근을 인정하고, 그 부족한 데이터 속에서도 물리적 본질을 관통하는 핵심 변수를 찾아내어 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수식으로 일반화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Compressed Sensing과 SISSO 기법은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소재 파라미터들 사이에서 가장 단순한 진리를 길러내는 강력한 여과 장치와 같습니다. 수조 개의 변수 조합 중 물리적 개연성이 살아있는 최적의 서술자를 스스로 설계하고, 이를 화이트박스 형태의 수식으로 도출하는 수리적 접근법은 인공지능을 단순한 예측기를 넘어 새로운 물리 법칙의 발견자로 격상시킵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은 시행착오 위주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신소재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실험적 한계로 인해 인류가 아직 발을 들이지 못한 미지의 소재 영역을 탐사하는 가장 정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결국 데이터의 한계를 수리적 통찰로 정면 돌파하는 SISSO와 같은 기법들이야말로, 미래 소재 강국으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기술 자산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