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와도 같은 기존의 AI 방법론을 넘어서, 지금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결과 예측이 아니라, 어떤 결과가 왜 도출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 방법론입니다. 이전에도 중요시 되었던 시각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구체적인 기술 개발이 뒷받침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은 기법이 바로, 앞선 포스트에서 소개하였던 SISSO(Symbolic Regression with SIS-SO)입니다. SISSO는 복잡한 블랙박스 모델 대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물리 수식을 제공함으로써, 데이터가 부족한 실험 환경에서도 강력한 통찰력을 제시하며 해석 가능한 AI를 지향하는 기술이며, 비교적 일찍 이러한 접근법을 전개하였습니다.
한편 이러한 시각으로도 접근해 볼 수 있음직 합니다.
“데이터로부터 수식을 찾아내는 것(SISSO)도 혁신적이지만, 인류가 이미 쌓아온 수만 개의 물리 법칙을 AI에게 직접 가르쳐서 학습 효율을 극대화할 수는 없을까?”
최근 등장한 물리 정보 신경망(PINNs,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s)은 데이터의 양에만 의존하던 기존 딥러닝의 한계를 깨고, 신경망에 직접 물리 법칙을 이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AI를 활용 과학 연구에서 해석가능한 방법론의 새로운 이슈로 등장한 PINNs 기법을 소개하고, SISSO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이 두 기법이 결합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다뤄보고자 합니다.
데이터 vs 물리 법칙, AI를 가르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전략
소재 과학 분야에서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결국 수많은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연구자는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합니다. 데이터 속에 숨겨진 미지의 규칙을 발견해낼 것인가, 아니면 이미 증명된 물리적 원칙을 AI에게 주입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전자는 SISSO, 후자는 PINNs 입니다. 그리고 이 선택에 따라 연구의 효율성과 결과의 신뢰도는 달라질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SISSO, 본질은 데이터 속에 숨겨진 수식을 찾는 마이닝 작업
SISSO의 핵심은 데이터로부터의 발견에 있습니다. 수많은 물리적 변수들을 조합하여 가장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이를 연구자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수식(Symbolic expression)으로 추출해내는 것이 바로 그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해석 가능한 설명자(Descriptor)의 도출: 단순히 데이터를 압축하는 PCA(주성분 분석)와 달리, SISSO는 기존 물리 법칙의 차원과 단위를 고려하며 사람이 물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식 형태의) 설명자를 생성합니다. 복잡한 신경망의 가중치 대신 A와 B의 곱이 소재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식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수식으로 제공합니다.
- 압축 센싱(Compressed Sensing)을 통한 통찰력 확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방대한 수식 후보군 중에서 핵심적인 항만을 골라내는 압축 센싱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마치 거대한 광산에서 순도 높은 금맥을 찾아내는 마이닝 작업과 같습니다.
- 한계점: 다만, 실험 데이터 자체가 심하게 오염되어 있거나, 수식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지극히 복잡한 동역학적 시스템(Complex Dynamic Systems)에서는 유효한 수식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물리 법칙의 내재화를 도입한 PINNs 기법
PINNs는 데이터의 흐름을 보는 동시에 물리 법칙의 준수를 함께 고려합니다. 학습의 시작 단계부터 이 현상은 반드시 열역학 미분방정식이나 에너지 보존 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신경망에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손실 함수(Loss Function)에 물리 법칙을 직접 이식하는 것에 있습니다. PINNs는 단순히 예측값과 실제 실험값의 수치적 차이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도출된 결과가 물리 공식에 대입했을 때 수학적으로 성립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검증합니다. 만약 AI가 중력을 거스르거나 에너지를 무에서 창조하는 것과 같이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결과를 내놓는다면, 손실 함수는 이를 즉각 ‘오답’으로 처리하여 (정확하게는, 물리 방정식의 residual을 크게 만들어) 모델이 물리적 개연성을 갖도록 스스로를 교정하게 만듭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SISSO와는 다름이 있는 접근법입니다. SISSO가 무질서한 데이터 속에서 설명력이 좋은 물리적 수식을 추출해 주는 발굴 도구라면, PINNs는 이미 검증된 물리 수식을 신경망의 필터로 사용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PINNs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구간을 예측하는 외삽(Extrapolation) 영역에서도 비교적 괜찮은 성능을 발휘합니다. SISSO가 데이터의 희소성을 극복하기 위해 패턴을 강화하는 압축 센싱(Compressed Sensing) 기법에 의존한다면, PINNs는 물리 법칙이라는 ‘검증된 지도’를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험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극한 환경의 소재 설계나 미지의 영역을 탐구해야 하는 연구 현장에서 PINNs가 강력한 해결사가 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됩니다.
발견과 준수, 두 기법의 조화로운 활용
SISSO와 PINNs는 모두 물리적 통’을 AI 방법론에 결합한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그 방법론적 지향점이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연구의 목적이 새로운 물리적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는 법칙 안에서 정밀한 예측을 수행하는 것인지에 따라 도구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이 두 기법의 결정적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이 들을 활용한 연구의 효율성을 결정짓는 첫걸음이 될 것 입니다.
두 기법의 차이를 목적, 입력값, 그리고 결과물의 관점에서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목적: SISSO는 데이터 속에 숨겨진 새로운 물리 법칙이나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PINNs는 주어진 물리 법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시스템의 거동을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 입력값: SISSO는 순수한 실험 데이터(또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주원료로 삼아 그 안에서 패턴을 찾지만, PINNs는 실험 데이터에 더해 미분 방정식과 같은 물리적 제약 조건을 명시적으로 함께 입력받습니다.
- 결과물: SISSO는 연구자가 논문에 바로 인용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한 물리 수식을 산출물로 내놓는 목적을 지니는 반면, PINNs는 물리 법칙을 완벽히 따르며 복잡한 현상을 재현하는 정교한 예측 모델 그 자체를 결과물로 제시합니다.
소재 과학의 관점에서 비유하자면, SISSO는 미지의 합금 성분과 기계적 강도 사이의 새로운 상관 공식을 찾아내는 이론가일 수 있고, PINNs는 그 공식이 실제 공정 환경에서도 어긋나지 않도록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제조 조건을 찾아내는 공정 설계 전문가와 같아 보입니다.
단순히 두 기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넘어,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보는 것도 관심있는 연구자라면 생각해 봄직 합니다. 기술적으로 혹은 기계적으로, SISSO로 발견하고, PINNs로 검증하는 것은 두 기술은 단순히 조합하는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하이브리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재 과학의 연구자들이 새로운 소재 시스템에서 작용하는 지배 방정식(Governing Equation)이나 핵심 설명자(Descriptor)를 SISSO를 통해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면, 그 다음은, 이렇게 발견된 수식을 PINNs의 손실 함수에 주입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PINNs는 그동안 알려졌던 물리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앞선 과정을 실행한 연구자가 획득한 데이터로 부터, 해당 소재 시스템에 특화된 맞춤형 물리 법칙을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독창성 있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은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하여, 전문가가 평가하고, 다시 이를 SISSO의 입력 데이터로 환류(Feedback)시키는 반복적(Iterative)인 루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검증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약: 상호보완적 활용과 기술적 시너지 창출?
이번 포스트에서는 데이터 기반 소재 과학의 지향점이 블랙박스 AI를 넘어 물리적 근거를 갖춘 화이트박스 기법으로 옮겨 가는 차원에서, 관련 기법들 중, SISSO와 PINNs가 각각 법칙의 발견과 준수라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데이터 기반 연구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데이터 속에 숨겨진 간결한 수식을 찾아내어 인간에게 물리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SISSO와, 미분 방정식 같은 물리 법칙을 신경망에 직접 이식하여 데이터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물리적으로 타당한 정밀 예측을 수행하는 PINNs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와 연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기법을 유용하게 활용하여 강력한 기술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